
《6378별》
12 Sep 2023 – 22 Sep 2023
라운디드플랫,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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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Text
해가 내려앉는 시간, 인류가 사라진 지구
주지수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생존을 위해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발전해 왔다. 그 결과로 이륙한 문명은 인류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 고갈, 생물 다양성 감소, 쓰레기 문제와 같은 새로운 위험 요소를 불러왔다. 재난 화를 보면 다양한 위험요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류가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그려낸다. 그리고 인류존속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기곤 하는데, 주지수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만약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라면?’ 현실 속 우리는 화 속의 능동적 주인공이 아닌 관조자로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온 인류 멸망 이후를 상상해 보았다.
작가가 생각한 문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주지수는 석유 정제소, 전파망원경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에서 문명의 흔적을 찾았다. 석유는 현대 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에너지원으로 현대 경제 및 산업의 근간이 된 반면 석유를 둘러싼 패권주의는 인류의 멸망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위협적 존재로 부상했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기능도 목적도 상실한 이 구조물은 자연의 일부인 듯, 구시대의 화석인 듯 그저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풍경 속에는 어떠한 긍정의 메시지나 생존 욕구도 남아있지 않다. 작가는 여전히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하며 황폐화된 인류의 욕망과 찬란했던 기술의 잔해를 빛도 어둠도 아닌 시간 속에 잠식시킨다.
주지수는 기사 이미지를 참조기도 하고,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자료를 찾기도 한다. 객관성을 보증할 수 있는 출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이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판타지 속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실재 존재하지만 환상의 역에 있는 풍경과 구조물, 현실과 공상, 현재와 미래의 간극에서 작가는 유 하고 있다. 모든 움직임이 멈춰선 순간, 인류의 욕망에도 정적이 찾아온 그 순간 자연의 질서는 재편되고, 주인공 역시 바뀌게 될 것이다.
이현희(아하하아트컴퍼니 대표)